몇해전 친한지인들과 밀라노의 페어를 보려 긴 여행을 잡았습니다.
밀라노 도시 곳곳의 숨이 멎을듯한 전시들과 규모감에 하나라도 더 보려 종종걸음으로 눈에 담고 쉴새없이 사진을 찍다보니 모두다 지쳐있었습니다.
그때의 밀라노는 초여름 날씨였고 해는 무척이나 뜨거워 더위에 다들 지쳐갈때 젤라또집이 보였습니다.
전시를 볼때만큼이나 상기된마음으로 각자 고른 젤라또를 길 계단에 걸터앉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. 그래서 여름날의 전시장의 설레임은 젤라또를 고르던 설레임과 겹쳐 기억됩니다.
그 기억에서 시작된 작은 전시를 열게되었습니다.
숨이 멎을것같은 스케일이나 웅장함은 없지만 여름날이면 꼭 찾게되는 젤라또 가게에 들어서는 발걸음처럼 가볍고 약간의 상기될 재밌는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.
세 작가의 각각의 물성의 특성이 묻어나는 아이스크림 컵을 모았습니다. 그리고 즐거워하실 모습이 궁금해 젤라또를 담아드리기로 했습니다.
그간 전시장에서 작품을 어떻게 사용할지 궁리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퍽 궁금했던 누군가의 삶속에 녹아난 작품들의 한부분을 전시장에서 엿보려합니다.
젤라또를 고르는 마음처럼 작품을 감상하고 고르는 마음도 설레이시길 바랍니다.
Directed by 김순영